나는 도로 옆 화단에 나동그라져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피가 범벅이 되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전거는 앞바퀴가 휘어진 채 내 옆에 뒤집혀 있었다. 입술 위에 굉장한 통증이 느껴졌고 피와 함께 눈물이 턱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아무런 보호장비를 하지 않았었고, 비가 온 직후라 도로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후배의 자취방에 컴퓨터를 봐주러 다녀오던 길이었고, 나도 과제가 있어 거기서 오래 있지 않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밤이었고 내리막이었다. 내리막 끝에는 도로가 패여있던 깊은 포트홀이 있었고 그 포트홀은 방금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지면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두운데다 가로등도 없었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자전거가 포트홀에 처박히면서 얼굴로 떨어졌다. 앞니에 금이 갈 정도로 입술을 땅바닥에 찧었다. 도로 옆으로 굴러나와 충격에서 수습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인중 부근이 이빨에 찍혀 관통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코 아래. 입술 바로 위 인중부위가 엄청나게 부어오르면서 그 구멍은 막혀버렸다.
병원에서는 상처 면이 너무 거칠어 봉합이 의미가 없으며, 완전히 아물고 난 후 성형을 하라며 지혈과 반창고와 항생제 처방만 해 주었다. 상처가 깊어 딱지가 굉장히 오래 앉아있었다. 입술 위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한동안 콧수염을 길렀으며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1995년의 봄이었다. 지금도 입술 위에는 오래된 상처가 남아있다.
30대가 되어, 이 사건이 이미 희미한 추억이 될 즈음, 나는 당뇨라든가 요로결석 등의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으며.
‘아이키도’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키도를 수련하고 몇년 지나지 않아, 대학생때와 똑같은 형태로 자전거 사고를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자전거가 뒤집혀서 땅에 처박히려는 찰나, 나는 순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자전거 옆에 서 있었다. 습관적인 수련 동작이 나온 것이다.
자전거도 거의 부서지지 않은 채 옆에 넘어져 조용히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아무데도 다친 곳이 없었다. 가장 큰 걱정은 방금 넘어지는 볼썽 사나운 꼴을 누군가 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밖에 없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주변을 둘러본 후, 서둘러 자전거를 일으켜 자리를 떴다.
그 이후, 나는 몇년 뒤 자전거 초보운전 학생에게 들이받혀 한번 더 넘어졌고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나는 이 세번의 경험으로 내가 수련하고 있는 무술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 또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술을 통해 타인과의 물리적 갈등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목적으로 수련에 입문하였다. 하지만 나는 매일매일의 수련이 타인과의 물리적 갈등이 아닌 부분에서도 안전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때 확신하였다. (물리적 갈등의 효과도 이후 경험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나는 입회하는 신입회원들에게 얼굴의 상처를 보여주며(혐죄송) 여러분들이 아이키도에 입문하여 처음 배우는 ‘수신’의 가치를 강조한다.
아이키도를 수련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든 의미에서 여러분 각자의 일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안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수신(낙법) 이라는 아이키도 최고의 호신술이 여러분의 수련과 앞으로의 생활을 지탱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정통 합기도 대한합기도회 아이키도 춘천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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