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것과 알려주는 것은 다르다”
아이키도 제주도지부 도장은 유단자가 되기 전까지는 모두 같은 흰띠를 매고 수련한다. 검정띠를 받기까지 짧아도 2년,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처음 도장 문을 두드린 사람들은 종종 궁금해한다. 띠 색이 다 똑같은데, 여기서는 선후배를 어떻게 가리는 걸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아이키도 선후배 관계가 단(段)이나 띠 색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부터 짚어야 한다. 오늘은 아이키도 예절 가운데서도 선배가 후배를 대하는 법, 후배가 선배를 대하는 법,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오해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려 한다.
흰띠를 매고도 선후배가 나뉘는 이유
도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선배와 후배는 보통 띠 색이나 단(段)으로 갈린다. 그런데 아이키도 제주도지부처럼 유단자 전까지 흰띠 하나로 통일된 도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흰띠를 맨다고 해서 다 갓 들어온 신입은 아니다. 3년째 수련 중인 흰띠도 있고, 이제 막 도복을 입어본 흰띠도 있다. 띠 색으로 구별이 안 된다고 해서 선후배 구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수련 연차와 태도를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아이키도는 승패를 가르지 않는 몇 안 되는 무술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이키도를 가장 유약한 무술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가장 품격 있는 무술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는 후자 쪽이다. 승부를 겨루지 않기 때문에 아이키도 수련생들은 금방 가까워지고, 선후배 사이의 벽도 낮은 편이다. 다만 그만큼 예의가 흐트러지기도 쉽다. 아이키도가 스승을 모시는 무도인 이상, 승패와 무관하게 선후배는 자연히 나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다.
가르치는 것과 알려주는 것, 뭐가 다를까
수련생의 기술은 선생이 보기에는 대부분 서투르고 부족하다. 그래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려 들기도 하고, 반대로 후배가 “선생님 기술과 다르다”며 선배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엇갈림 속에서 도장 안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시작된다.

가르치려 드는 선배의 모습
가르침은 원래 선생이 배우는 이에게 하는 행동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선생이 보기엔 아직 서툰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려 든다면, 후배 입장에서 그 태도가 달가울 리 없다. 기분이 좋지 않은 후배는 선배의 기술도 선생과 다르다는 걸 알기에, 선배의 호의를 곱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선배 기술도 선생님이랑 다르잖아요”라며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선생은 선배들에게 후배를 친절하게 알려주라고 자꾸 당부한다. 많은 선후배가 여기서 혼란을 겪는다. 가르치는 것과 알려주는 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훈련 중에 선배가 후배의 기술을 성의 없이 받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기술이 틀렸다고 지적만 하고, 제대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무성의하게 받아주며 후배의 노력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 이게 바로 가르치려드는 모습이다.
알려주는 선배의 모습
그럼 알려준다는 건 뭘까? 후배의 기술이 서투르더라도, 그 기술을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끝까지 열심히 받아주는 것이다. 선생과 선배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선생은 배우는 이의 기술이 틀려도 반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끝까지 도와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배는 그런 인내심을 잘 보이지 못한다. 아이키도 선후배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가 바로 이 “알려주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후배는 선배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후배도 선배와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던지는 연습이든 받는 연습이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선배는 이런데 저 선배는 왜 저래요”라는 식의 비교는 하지 않는 게 맞다.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도 예절의 기본은 결국 상대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선배는 언제 되는 걸까
누군가의 선배가 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이뤄진다. 하지만 진짜 선배는 다르다.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을 하고, 후배 스스로 그를 선배로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늦게 들어왔다고 무조건 후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 이게 아이키도 선후배 관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무도를 오래 하다 보면 띠 색이나 단은 결국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도장 안에서, 그리고 도장 밖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이건 꼭 아이키도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든 동아리든, 먼저 들어왔다고 다 선배가 아니고 나중에 왔다고 다 후배가 아니다. 나부터도 제대로 된 선배 노릇을 하고 있는지 가끔 돌아본다. 제주 아이키도 도장에서 오늘도 흰띠를 맨 수련생들과 함께 땀 흘리며,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알려주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아이키도 #아이키도선후배 #아이키도예절 #제주아이키도 #무도예절 #아이키도수련 #흰띠수련 #아이키도정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 이게 아이키도 선후배 관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 100% 공감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기 스타일을 찾아나갈 때 독단으로 흐르지 않고, 더 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