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동기 – 무엇이 우리를 평생무도로 인도하는가

춘천도장

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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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이키도의 가장 큰 자리

대한합기도회 제32회 전국합기도연무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일년 중 가장 큰 아이키도 행사입니다.

신입회원들에게는 전국의 아이키도 도우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는 일명 ‘합기도 사교계 데뷔’의 장이 되기도 하고, 고단자들에게는 최근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합기도의 방향성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ㅤ

그리고 올해는 대한민국 아이키도의 대부이신 윤대현 회장님의 스승.
고바야시 야스오 8단 고바야시 도장 총사범께서 한국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고바야시 선생님 팔순때 함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구순. 90세의 일명 ‘졸수’ 의 연세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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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이 계셨기에 대한민국의 아이키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께서 직접 한국에 오신다는 것 자체로 이번 연무대회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귀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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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과 2026년의 연무대회 사진.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과녁이 있는 무술 – 외적동기

연무대회를 향하는 차 안에서 우리 도장 회원분과 ‘동기부여’ 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왔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국궁(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분이 국궁을 오래 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께서는 연무대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국궁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던 추억을 겹쳐 보고 계셨습니다.ㅤ

저는 평소에도 국궁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활터를 찾아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개를 받아 정말로 국궁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활시위도 당겨보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궁의 세계와 아이키도의 세계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비되며 각각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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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과녁에 맞았는지 여부가 너무나 명확합니다. 몇 발을 쏘아 몇 발을 맞혔는지가 기록으로 남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다음 단계가 정해집니다. 수련하는 사람도 자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매우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직관적이어서 잔인합니다. 다섯발 쏴서 과녁에 다섯발을 모두 맞히는 것을 ‘몰기’ 라고 하며 몰기를 기록해야 ‘접장’이 됩니다. 접장이 되어야 1급에 도전할 자격이 생깁니다.

몇년간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해서 괴로워하시는 분도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과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과녁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기본적으로 ‘외적 동기’를 통해 모든것이 움직입니다.

과녁이 없는 무술 – 내적동기

그러나 아이키도는 정 반대입니다.

아이키도에도 승급과 승단이 있습니다. 심사가 있고 연무대회도 있습니다.
세계본부와 고바야시도장을 통한 기술의 기준점도 있습니다.
기술의 형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예전에는 어려웠던 움직임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는 경험도 합니다.

아이키도 기술을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는 극단적인 체험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것을 숫자로는 잘 나타내지 않습니다. 정량적 스코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단급위와 출석일수가 있지만, 그것이 국궁의 과녁처럼 절대수치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상대를 쓰러뜨린 횟수도 없고, 몇 초 안에 기술을 성공해야 한다는 기준도 없습니다.
시합에서 승리해 메달을 따는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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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들이 아이키도에 입문해서 처음으로 당황하는 부분이 이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대체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좋아합니다.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있으면 힘든 과정도 견디기 쉽습니다.

기록이 좋아지거나 순위가 오르고, 승패가 결정되거나 눈앞의 과녁에 화살이 꽂히면 다시 한번 도전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런데 아이키도는 그런 외적 동기가 국궁의 화살에 비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열심히 수련했다고 해서 누군가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술 하나를 익혔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어렵게 익힌 줄 알았던 기술은 상대가 달라지면 다시 어색해지고, 힘을 빼라는 말을 이해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렵습니다.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동작도 따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 머릿수만큼의 내적동기

이번 연무에서 하야시 부자와 카사하라 유지 선생의 연무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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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부자의 연무와 그들의 퍼포먼스. 무릎걸음과 기본기로 구성되어 있는 간략한 연무였지만 귀여운 리오군의 동작에 그 임팩트가 엄청났습니다. 이 아버지와 아들은 가족티를 맞춰 입고 다니면서 자신들을 모델로 한 스티커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매트 밖에서의 존재감도 가히 역대급입니다.

같은 고바야시 계열임에도 한국과 일본의 연무의 색깔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한국의 연무는 조심스럽습니다.

기술의 운동성이 낮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연무의 범위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경쟁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아이키도의 시스템 안에서도 기술적 경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입니다.

그러나 일본측 연무에서는 ‘나만의 내적동기’를 찾은 분들의 연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외적동기는 그 수련을 개최하는 주최측에서 제시합니다. 그 수련을 시작하게 되는 동기가 됩니다. 그 수련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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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무를 보여주신 카사하라 지도원과.
2인잡기 호흡던지기를 관객쪽으로 날려보내는 대폭소 연무였습니다.

그러나 내적동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 머릿수만큼의 내적 동기가 존재합니다. 하야시 부자의 연무에서. 하야시 리오군의 귀여운 무릎걸음에서. 카사하라 유지 선생의 연무에서. 만세를 연창하고 관객쪽으로 날려보내는 기겁하는 2인던지기에서. 윤대현 선생님의 연무에서. 주저주저하면서도 부부만의 긴장감이 감도는 부부연무에서.

그리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90세 노선생의 연무에서 우리는 우리가 이곳에 모일 수 있게 해 준 사람 머릿수만큼의 내적동기를 보았습니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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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에도 도복을 입고 매트 위에서 함께 수련할 수 있는 아이키도.
그리고 그 사실을 직접 증명해 주시는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

나는 아이키도가 이래서 좋습니다

이분들의 연무에서는 “나는 아이키도가 이래서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선명한 무엇이 보였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키도를 수련하며 자신이 어디에서 기뻐하는지를 발견했고, 그 기쁨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연무의 형식보다. 연무의 구성보다. 연무의 기술보다.

연무하는 사람의 기쁨과 마음이 먼저 전달되었습니다.

아마 그것이야말로 아이키도를 오래 수련하게 하는 내적동기의 모습일 것입니다. 외부에서 정해준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아이키도의 어떤 부분을 사랑하는지 알아가는 것, 그리고 그 발견을 수련과 연무를 통해 조금씩 깊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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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전해지는 아이키도

90세의 연무가 보여준 것

이번 행사에서 올해 아흔을 맞으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의 강습과 연무를 보며 그런 생각을 더욱 많이 했습니다.

아흔이라는 나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더구나 젊은 시절 잠시 수련했던 사람이 아니라 한 가지 무도를 평생 이어온 사람의 아흔입니다.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이 계셨기에 대한민국 아이키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의 모습 자체가 이날 모인 대한민국 아이키도의 모든 각 개인들에게 강렬한 내적동기가 되어주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의 80세 강습회에서 80세의 노선생이 직접 구르며 낙법을 지도하시는 모습에서 크게 놀란적이 있었는데, 90세에도 강습회를 지도하시며 여전히 직접 낙법을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고바야시 선생님의 연무는 어떤 종착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 가지 길을 얼마나 오래 걸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바야시 선생님과 함께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대답이 되는 모습이었습니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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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위에서 완성한 승리

마지막으로 문영찬 제주지부장님의 연무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암 투병이 장기화되어 오랜 투병생활 속에서도 매트 위에 올라 연무를 완성하였습니다. 그 움직임을 보는 많은 사람이 눈물을 삼켰습니다. 지부장님의 연무는 항암 투병 중에서도 매트에 올라 연무하였다는 것 자체로 승리의 연무였으며 감동의 연무였습니다. 지부장님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에서 어떤 시합의 승리모습보다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쾌유를 기원할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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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투병중인 문영찬 지부장님의 연무때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연무의 시작과 끝에 박수 갈채가 이어졌습니다.
쾌유와 완쾌를 기원합니다.

아이키도의 목적지

아이키도의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일까요. 강해지는 것일까요. 높은 단위를 얻는 것일까요.
아니면 개인이 완성할 수 없는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님의 ‘세계평화’를 이루는 것일까요.
혹은 ‘이것이야말로 합기다’ 라고 단언하여 말할 수 없는 합기를 이루는 길일까요.

어쩌면 이 질문에는 애초부터 정답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국합기도연무대회에서 제가 본 것은 화려한 기술이나 완성된 동작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아이키도의 어느 부분을 사랑하는지 발견한 사람들의 연무와,
아흔의 나이에도 도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서신 한 무도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긴 투병생활을 수련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승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든 분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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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통해 마음을 나눕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자입니다.

90세에도 아이키도를 계속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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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90세에도 아이키도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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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께서 강권하신 이 한마디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었습니다.

네.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꼭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 32회 전국 합기도 연무대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만세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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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동기 – 무엇이 우리를 평생무도로 인도하는가”에 대한 3개의 생각

  1. 글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아이키도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자유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치열함과 혹독함, 즐거움과 교감, 힘과 정교함, 파괴력과 배려 등 이 모든 다양성 안에서 모순 통일이 사랑과 자유라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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