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를 통해 복귀중에 있습니다.

제주오승

2026년 08월 25일

작년 6월, 우메츠 쇼 선생의 서울 강습회때부터 몸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다시 생각 해 보면 그전부터 징후는 있었었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뿐…  5월 일본 갔을때도 잦은 설사로 뭄이 불편했었는데 단순 장 트러블로만 생각했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컨디션 저하였는데, 이상하게 많이 불편하고 오래 지속 되었다. 결국 병원 진료를 받았고, 직장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참…

담담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무너졌다고 해야 하나? 알수 없는 기분에 아무 생각 들지 않았다.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놓였다는 느낌….

평생 도장에서 몸을 단련하며 건강을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제 몸 안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다스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여기 저기 병원을 다니고 나서 8월부터 서울대학병원에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방사선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항암 치료가 이어졌고, 그때부터 내 몸은 더이상 내가 알던 내 몸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체중은 20여 kg이 줄어 버렸다. 집 화장실에서 침대까지 가는것도 힘든 몸이 되어 버렸다.

도복을 입고 수련생들 앞에 서던 사람이, 이제는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신을 받고 여러 사람과 검술 수련을 하는데 아무 문제 없던 몸이, 계단 몇 개를 오르는 것도 버겁게 되어 버렸다.

12월에는 직장과 간에 생긴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처음 받는 개복(?) 수술. 복강경으로 했지만 나에겐 큰 수술이었고, 회복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회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폐로 전이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그때는 와이프의 전화를 받을 수도 없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 끝이 안 보이는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몇 번이나 이제 그만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도 항암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나는 암환자이다. 앞으로도 얼마간은 계속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남은 삶을 그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힘들지만 다시 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와이프도 아프면 집에서 쉬지 왜 나가냐고 뭐라고 했다.

내 자신에게 물었다 도장을 무술을 끊고 살 자신이 있냐고….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고, 의사도 회복에 신경을 쓰고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상황이지만 도장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다시금 도복을 입고 회원들과 인사를 건넬 때, 그 몇 걸음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는 걸 느끼곤 한다. 

아이키도를 오래 수련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 우리가 도장에서 배우는 건 결국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중심이 깨졌을때 중심을 잡는 법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그걸 몸이 아니라 삶으로 배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연무를 보이다가도 숨이 차고, 예전엔 아무렇지 않았던 수련 동작 하나에도 몸의 통증에 감각이 곤두서곤 한다. 

그럼에도 도장에 서 있는 시간만큼은, 암 환자가 아니라 그냥 이 도장의 도장장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함께 움직이는 그 순간만큼은 아직 나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회복하는 과정 그 어떤 순간보다 힘이 되곤 한다.

이 글을 “복귀 준비”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아직 내가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몸을 준비하고, 마음을 준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준비하고 있다. 

완치를 향해 가는 길인지, 이 병과 오래 동행해야 하는 길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도장을 떠나 있는 것보다 도장 안에서 그 길을 걷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낫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듯 하다.

그동안 제주오승도장은 많은 유단자와 교사면허 소지자를 배출해왔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요즘 다시 느낀다. 

치료받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도장은 흔들리지 않았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며 수련을 이어갔다. 

그게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혼자 쌓아온 도장이 아니라, 함께 쌓아온 도장이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토리신토류 검술을 수련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칼을 쥐는 순간의 마음가짐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칼을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길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마주함을 이 무술 안에서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

치료를 받는 동안, 도장장 없어도 도장 문을 열고 후배들을 지도해준 선배들과 도장장이 없어도 꾸준이 도장을 나와준 여러 후배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누구 하나 자리를 비우라 시킨 적 없는데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어깨를 나누어 짊어져 주었다. 

도장장이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도장이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때마다, 제가 그동안 헛되이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와 자부심이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앞으로도 몸 상태에 따라 수련 시간을 예전만큼 채우지 못하는 날들이 많고 시범을 온전히 보일 수 없는 날도 있을 거고, 중간에 쉬어야 하는 날도 많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을것 같다.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도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복귀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마음들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갈 그날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함께 걸어주셔서,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주실 거라 믿기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필코 이겨낸다!!!

“아이키도를 통해 복귀중에 있습니다.”에 대한 1개의 생각

  1. 감동적으로 잘 읽었어요. 삶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고백이고 감동이네요. 특히 “있는 모습 그대로 도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복귀”라는 문장… 사선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한발 한발 용기 있게 내딛는 걸음이 모두에게 귀감이 됩니다. 마음으로부터 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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